나의 작품을 만져주세요 : 츠요시 안자이
2014.01.03
일주&선화갤러리
“나의 작품을 만져주세요”
미술전시장에 가서 가장 많이 보고, 듣는 말이 ‘만지지 마시오’입니다. 만지면 작품이 손상되기 때문인데 이때 ‘손상’이라 함은 작가가 애초에 만든 것과 ‘달라짐’도 포함됩니다. 키네틱아트로 설치작품을 선보이는 작가 츠요시 안자이는 이런 손상을 기꺼이, 즐겁게 받아들입니다. 오히려 그의 작품은 손상을 통해 변화합니다. 이를 두고 작가는 ‘작품이 길러지고, 성장하는 것’이라고도 합니다. 또 ‘작가란 전시를 통해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부모이고, 자식인 작품은 홀로 관람객이라는 낯선 사람과 대면하기도 하고, 때론 고장 나서 작동을 멈추는 난관에 부딪히며 자란다’ 고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역경이 찾아 왔을 때 작가는 우리에게 ‘나의 작품을 만져달라’고 도움을 요청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려고 작품에 손을 대려는 순간 “어, 좀 전까지 어떻게 움직였는지 분명 봤는데.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랬는지, 저랬는지 기억이 안나네”라는 말을 하며 멈칫하게 됩니다. 마치 백일사진, 돌사진처럼 작품이 갓 태어났을 때 작가가 마련한 자료를 봐도 고치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작품은 점점 많은 사람들의 손길을 겪고,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처음 모습과 조금씩 달라져 갑니다. 손상되고 고쳐지며 변하는 작품을 작가는 그저 흐뭇하게 지켜봅니다(실제로 작품 앞에 설치한 화상카메라로 작품이 변하는 모습을 지켜본답니다. 가끔 전시장 에서 작품을 고치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요) 손상된 작품을 고쳐준 사람들은 이제 ‘남’이 아니라 작품의 ‘대모(大母), 대부(大父)’가 되는 것입니다.(작가는 sitter라고도 하네요)
사실 모두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는 위의 과정을 거쳐 관계 맺고, 점차 친한 사이가 되어 서로의 표정과 목소리만 들어도 상대를 이해하는 특별한 사이가 됩니다. 그 유명한 <어린 왕자>의 장미꽃과 여우처럼요. 처음 작품과 대면할 때도 동일한 과정을 거쳐야 작품이 하는 이야기를 알아 들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전시장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과정을 건너 띈 채 처음 몇 초 본 것 만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현대미술 감상의 어려움을 토로 합니다.
츠요시 안자이는 ‘만져야 하는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처음 작품을 만나면요, 만지면서 생각하고 모습을 지켜보며 시간을 두고 봐주세요. 그래야 친해지고, 그 다음 에서야 작품이 하는 이야기를 알아 챌 수 있답니다”
– Tsuyoshi Anzai –
Installation and Video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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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품을 만져주세요 : 츠요시 안자이
츠요시 안자이(Tsuyoshi Anzai)
2014.01.03
일주&선화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