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가 함께 소유할 때 미술과 사랑은
2014.08.29
일주&선화갤러리
“나 이외 다른 누군가와도 사랑에 빠졌나? 몇명이나 돼!”
“641명이에요. 당신이 나를 믿어 줄지 모르겠지만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
“나한테 이럴수는 없어. 우린 연인 사이였다고.”
“크기가 늘어나기도 해요. 내가 덜 사랑한다는 게 아니에요.”
“넌 내꺼라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난 당신 것이기도 하고, 당신 것이 아니기도 해요.”
영화 에서 컴퓨터 프로그램 사만다(스칼렛 요한슨)과 사랑에 빠진 남자 테어도르(호아킨 피닉스)는 사만다 가 동시에 641명과 연인사이라는 사실을 알고 거리에 주저 앉아 절규합니다. 내 사랑, 나의 연인은 한 명 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사랑이 값지고 애틋한 법입니다. 비록 컴퓨터 프로그램을 몸과 마음바쳐 사랑한 테어도르도 자신만의 사만다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양다리’도 아닌 무려 641명의 연인이 있라는 사만다의 말에 그는 따져물을 힘도 생각도 없어져 버렸습니다.
사만다와 테어도르 이야기는 판화로 미술품의 아우라를 깨버린 앤디 워홀 작품과 닮았습니다. 똑같은 작품이 여러개 있는 것이 판화이고 이런 이유로 종종 홀대 받는 작품제작 방식입니다. 이런 판화를 다시보게 한 이가 앤디 워홀입니다. 미술작품의 매력 중 하나인 ‘아우라(세상에 딱 하나라는 존재감)’를 깨고 작품 역시 대중매체 속 이미지처럼 소비되고, 다수(多數)가 될 수 있다고 보여줬습니다.
그는 마릴린 먼로 얼굴을 판화로 여러장 찍어내고 이를 찍은 순서대로 나열하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점점 판화잉크가 소진되며 희미해지는 먼로의 얼굴이 그대로 나타난 작품입니다. 워홀은 ‘판화로 찍어도 하나 하나의 이미지는 미묘하게 다르다’고 말합니다. 존재의 가치는 수량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만다가 641명 마다 진심인 사랑이라고 말하듯 존재의 수량과 그 가치는 무관합니다. 60년대에 앤디 워홀의 작품이 그랬듯 반세기가 지난 지금 사랑조차 하나가 아닌 세상이 올지 모른다고 영화 는 이야기 합니다.
다수가 함께 소유할 때 미술과 사랑은
2014.08.29
일주&선화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