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시 작가 교류전 2회 : Liu Chih-hung / 손승준
2015.02.25 - 2015.04.26
일주&선화갤러리
Liu Chih-hung, 손종준 작가가 본 ‘한국의 오늘’
누구의 시선으로 보는가에 따라 세상은 달리 읽힙니다. 매년 발간되는 <트렌드 코리아>는 2015년을 ‘무엇을 소비할 지 쉽게 고르지 못하는 햄릿증후군’, ‘소비에 모든 감각이 동원되는 감각의 향연’ 등으로 설명합니다. 이런 거시적인 분석 반대편에 두 젊은 작가 류치헝(Liu Chih-hung, 대만)과 손종준(한국)이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혀 알아가고 있는 ‘오늘’이 있습니다. 두 작가는 작업실을 지원해 주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해 그곳에 잠시 머물면서 자신들이 경험한 세상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류치헝 작가는 금천예술공장(서울문화재단 서울시창작공간)에서 3개월을 보내며 서울 곳곳을 다녔습니다. 용산구 어디쯤에 있는 뒷골목에서 본 주차금지 푯말을 캔버스에 그리고, 관악구 근처에서 마주친 동네 백구(白狗)도 스케치했습니다. 입구가 보이지 않을 만큼 그릇이 켜켜이 쌓여있는 신당동 전철역 앞 그릇가게, 종로 좁은 길에서 본 붉은색과 푸른색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간판도 그려뒀습니다. 나중에서야 돌아가는 간판이 이발소 표시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류치헝 작가는 자신이 본 서울을 70여 점의 스케치, 캔버스로 기록했습니다. 작가가 태어나고 자란 대만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서울을 골목골목 다녔습니다. 보고 듣고 냄새도 맡으며 온 몸으로 서울이란 환경과 문화를 경험했습니다. ‘오늘 본 서울’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소중한 기억 중 한 장면이기에 꼼꼼하게 다닌 것입니다.
류치헝 작가가 손으로 더듬듯 서울의 오늘을 가늠해 봤다면 손종준 작가는 이 속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오늘을 알아 갑니다.
손종준 작가는 생면부지의 사람을 만나 2~3개월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생활하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작가에게 매일 반복되는 집안일이 지겹다는 푸념을 늘어 놓기도 하고, 누구는 혼자 뛰는 영업 업무가 힘에 부친다는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작가는 이런 대화와 관찰을 기반으로 이들에게 필요한 ‘맞춤 보완’을 구성합니다. 얇고 단단한 금속으로 볼트, 너트까지 하나하나 제작하여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아름다운 갑옷을 선사하는 것입니다. 비록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보완 장치는 아니지만 상징적으로, 내적으로 그 사람을 보듬어 주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이를 ‘방어수단, 자위적 조치(Defensive Measure)’라고도 부릅니다. 손종준 작가는 일본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후 귀국해 레지던시에 머물면서 ‘노마딕 나바호(Navajo : 미국의 남서부 지역에 거주해 온 아메리카 원주민부족)’ 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Nomadic Navajo’의 주인공은 젊은 한국무용가 입니다. 그녀는 이제 막 대학원을 졸업한 무용단의 막내로 층층이 선배와 선생님들이 있다고, 자기만의 무대에서 춤도 선보이고 주목도 받고 싶지만 이런 꿈은 앞으로 몇 년 또는 몇 십 년 뒤에나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3개월간 대화를 이어가며 작가는 그녀에게 인디언 추장의 위엄 있는 깃털 모자 같은 머리장식과 검무를 출 수 있도록 화려한 검을 선사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만의 꿈을 펼치라고 아름답고 강한 날개를 장착해 주었습니다.
두 작가는 더 많은 세상을 경험하고, 직접 부딪히며 알아낸 이야기로 작품세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들의 열정과 패기가 만들어낸 작품으로 우리의 현재 모습과 더불어 새로운 문화를 이해하는 태도, 그 속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레지던시 작가 교류전 2회 : Liu Chih-hung / 손승준
Liu Chih-hung, 손종준
2015.02.25 - 2015.04.26
일주&선화갤러리
태광그룹 일주재단·선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