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의 기억
2020. 9. 16. - 2021. 2. 28.
세화미술관 제 1, 2 전시실
세화미술관은 2020년 9월 16일부터 2021년 2월 28일까지 《손의 기억》 전시를 개최한다.
2020년 상반기, 예기치 못한 감염병의 전지구적 유행으로 쉬지않고 달려가기만 했던 사회가 잠시 멈추어 버렸다. 세계의 석학들이 앞다투어 코로나 이후 시대에 대한 전망을 내놓았고, 미술관도 원래 준비하고 있던 것들의 가치를 모두 재고해야 했다. 혼돈의 시대에 과연 예술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대안을 고민 하던 중 예술 고유의 가치를 돌이켜보며 전통적 개념으로서 예술가의 손, 그리고 손의 창작 과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Richard Sennett)은 저서 『장인: 현대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 을 통해 인류 고유의 손 작업과 기능이 가진 원초적인 정체성을 고찰함으로써 현대문명에서 노동과 생각, 장인과 예술가를 구분하여 노동의 위계를 세워 온 기존의 이론 대신 노동과 생각이 일치하는 장인 노동의 가치를 되살리고자 하였다. 즉 수공예적 장인정신을 탑재한 사고하는 노동의 가치가 신자유주의의 병폐로 신음하는 세계를 구원할 수 있다는 논지이다.
이를 예술에 대입해 보자면, 오늘날 현대미술에도 예술가의 손끝에서 시작되는 창작 행위보다 개념이 앞세워진 보이지 않는 위계가 존재해왔다. 많은 작가들이 손을 뒤로하고 관념에 천착하였다. 하지만 더 이상 사람의 손이 필요 없는 것처럼 보이던 사회가 병들어 버린 지금, 잃어버린 손의 노동, 손의 창작 행위를 기억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는 즉, 예술의 근원적 기능과 역할에 대한 반성이자, 망가진 사회의 회복을 바라는 제안 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다섯 명의 작가는 각각 독창적인 창작 방식과 작품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주로 섬유 매체를 재료로 삼고 손으로 시간을 쌓아가는 수공예적, 수행적 방식의 창작 과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공유한다. 작가들은 느리고 꼼꼼한 과정을 통해 한 땀 한 땀의 시간을 꿰며 주어진 전시공간 안에서 충실히 손의 기억들을 담아내었다. 시간이 쌓인 작품에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촘촘한 경험과 서사가 삽입된다. 예술가의 생각하는 손으로 발화할 시간의 서사들이 부디 상처 입은 사회를 감싸 안으며, 다가올 미래에 우리가 잊지 않고 지녀야 할 삶의 태도를 성찰하도록 이끌어주길 기대한다.
손의 기억
김순임, 정문열, 조소희, 최성임, 최수정
2020. 9. 16. - 2021. 2. 28.
화-일 10:00 - 18:00
세화미술관 제 1, 2 전시실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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