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강익중 작가님
2014.01.03
일주&선화갤러리
강익중, “안녕하세요. 강익중 작가님”
푸근한 몸매에 3:7 가르마 헤어스타일, 가방 하나 옆에 두고 망원경으로 앞을 보며 ‘어디로 갈까’하며 흥얼거리는 강익중 작가를 매일 신문로 흥국생명빌딩 1층 로비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작가가 매일 출근하냐고요? 설마요. 하지만 ‘만.날.수.있.다’는 거짓이 아닙니다. 작가는 작품 속에 등장 해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보는 이들에게 말을 걸기 때문입니다.
모든 작품에는 작가의 이야기가 많던 적던 직간접적으로 담겨 있지만 강익중 작가는 특히 더 자신의 모든 것을 작품에 드러냅니다.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본떠 작품으로 만들거나(쾰른파고다), 비디오, 컴퓨터 마우스, 전등, 국자, 밥그릇 등 자신이 사용한 일상용품 몇 천 개를 붙이거나(2010 아름다운 강산), 때론 한글로 관람자에게 말을 건네기도 합니다(2010 아름다운 강산, 한글프로젝트 등).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자신의 가방을 열어서 모든 것을 내보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강익중 작가는 처음 만나는 왜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내보이는 것일까요? 아마 강익중 작가에게 작품이란 ‘관람자들이 작가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체험’이고, 작가란 ‘작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기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이 작가로서 사명이라 생각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작품 쾰른파고다의 주인공은 작가입니다. 그는 어디를 가고 있었는지, 또는 이제 가려는 참인지 가방을 옆에 두고 탑에 걸터앉아 망원경으로 앞을 보고 있습니다. 주변도 좀 둘러보자면 그의 몸에는 연화문이 그려져 있고, 그가 걸터앉은 탑은 불투명 큐브로 쌓여 있습니다. 큐브 속에는 주사위, 병뚜껑 등 일상용품이 들어 있고 겉은 알파벳이 새겨져 있습니다. 알파벳은 단어로 연결되지 않고, 단순히 나열되어 있다. 그래서 연화문처럼 무늬로 보입니다.
추리소설에 나오는 현장처럼 이 작품에도 작가의 의도를 알아 챌 수 있는 여러 상황과 단서가 흩어져 있네요. 우선 가장 중요한 단서인 ‘주인공이 무엇을 보고 있나’부터 확인해 볼까요? 그가 들고 있는 망원경 앞으로 가보면…. ‘쿡~^^’ 웃음이 납니다. 그는 ‘나’를 보고 있네요. 내가 작가 앞에 가까이 서면 ‘나’를 보고 있고, 내가 멀리 서면 ‘나를 포함한 세상’을 보고 있습니다. 내가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나를 보고 있었다는 반전이 숨어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하나 더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마치 러시아인형(마트료시카)처럼 ‘탑(파고다)으로 상징되는 동양, 그리고 이것을 이루고 있는 알파벳이 서양, 다시 알파벳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우리주변의 평범한 사물들, 연화문이 새겨진 작가, 그리고 작가가 든 망원경에 담긴 나와 세상’이라는 동양과 서양, 개인과 세상이 계속 중첩되어 보입니다.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이 모든 것을 자신의 뒤(역사)로 한 채 앞(미래)를 바라보는 여행자인 작가는 자신이 바라보는 곳을 여러분과 함께 바라보자고 합니다.
작가는 작품으로 세상을 보고, 우리는 이 작품으로 작가를 보고, 그가 본 세상을 봅니다.
– ik jung kang –
1960년 충청북도 청주에서 출생. 1984년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뉴욕으로 건너가 1987년 미국 Pratt Art Institute를 졸업했다.
1987년 유학 첫해 그림 그릴 시간이 없던 그는 주머니 속에 작은 캔버스를 만들어 넣고, 오가는 지하철 안에서 작업을 했는데, 이것이 지금 그를 있게 한 3인치 작품의 시작이다. 객차 안의 군상들, 일상의 단편, 영어단어암기 등 작은 캔버스 안에는 그의 하루가 문자나 기호, 그림으로 기록되었고 이런 다양한 이미지들은 동양과 서양. 선함과 악함, 얻음과 잃음 기쁨과 슬픔 등이 융합되어 커다란 줄기를 이루며 나타난다.
미국의 젊은 기대주들을 선발해 전시하는 <라우더>전에 초대되었고, 1994년 휘트니미술관에서 백남준과 〈멀티플 다이얼로그〉전을 열었다. 1997년 베네치아비엔날레에 한국대표로 참가하여 특별상을 수상하였고 1999년 독일의 루드비히미술관에서 선정하는 ‘20세기 미술작가 120명’에 선정되었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청사 메인 홀의 벽화와 뉴욕 지하철역의 환경조형물 등을 제작한 바 있으며, 《오페라를 부르시는 부처》 《영어를 배우자》 《한자를 배우자》 《사운드 페인팅》 《금동미륵반가사유상》 등의 작품이 있고, 로스앤젤레스현대미술관(MOCA)과 휘트니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안녕하세요. 강익중 작가님
강익중
201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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