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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엄마의 마지막 말을 담은 로버트 인디애나의 EAT

2015.01.07

“닭죽 먹으러 올래?”

영화 <고령화가족>의 인모(박해일)는 첫 영화를 말아 먹고 아내 마저 떠나버리고 홀로 지내다가 엄마의 이 말 한마디에 집(엄마 집)으로 돌아갑니다. 엄마 집에는 이미 툭하면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형과 두번째 이혼 후 어린 딸을 데리고 친정행을 한 여동생이 들어 앉아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영화 밖에서도 엄마의 단골 멘트는 “밥 먹었니?”, “밥 먹자”입니다. 그래서 가족을 식구(食口)라 합니다.

 

작가 로버트 인디애나 작품 중 EAT가 있습니다. 간판처럼 전구가 반짝거리는 작품입니다. 인디애나는 엄마의 마지막 말 “EAT”를 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밥은 잘 먹고 다닐지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은 모두 같은가 봅니다. 인디애나의 본명은 클락입니다. 어릴 때 클락 부부에게 입양되어 서른살까지 클락으로 살았습니다. 어린시절 그의 어머니는 ‘친척 살인 재판’에 증언을 하느라 오랜 시간 집을 떠나 있었습니다. 뉴 캐슬의 정유회사 매니저였던 아버지는 어머니가 아닌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졌고, 이들은 인디애나가 여덟살 때 이혼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한 인디애나는 열일곱살 때까지 21번 이사를 다녔습니다. 그가 가장 많이 본 것은 도로와 표지판이였을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알래스카에서 공군으로 복무하던 인디애나에게 급한 소식이 전해집니다. 어머니가 암으로 위독하다 는 내용이였습니다. 죽기 전 아들을 만난 어머니는 “밥은 먹었니?”라는 말을 건네고 대답도 듣지 못한 채 떠났습니다. 인디애나에게 ‘EAT’라는 단어는 ‘DIE’와 같은 의미가 되버렸습니다.

 

EAT가 어머니라면 LOVE는 아버지입니다.
아버지가 일하던 주유소 빨간색과 초록색이였습니다. 그리고 그때 본 파란 하늘까지 이렇게 세 가지 색으로 이뤄진 ‘추억’을 기본으로 작품 LOVE를 만들었습니다.

인디애나는 “사랑은 삶의 모든 것을 담고 있고, 이것이 곧 팝이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사랑’은 가장 보편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이 단어를 떠올린 개개인에게는 모두 다른 추억입니다.
삶이 예술이고, 예술이 곧 삶인 인디애나의 작품 LOVE, EAT, ART, HOPE은 무척 평범하고 보편적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습니다. 이 속에는 인디애나의 추억과 기억처럼
작품을 보는 모든 사람마다 다른 의미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무엇’이 있습니다.

엄마의 마지막 말을 담은 로버트 인디애나의 EAT

2015.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