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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작품 한 점으로 만나는 결정적 순간

2014.07.03

일주&선화갤러리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제레미 아이언스가 우연히 읽은 책 한권으로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것을 보고, 옆의 친구는 ‘저 나이에 책 한 권 읽고 새로운 인생을 찾게다는 것에 공감안된다 얘’라며 영화 내용에 반감을 품습니다.

친구의 말을 들으니, 작품 한 점에 ‘결정적 순간’을 마주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중학교 2학년 미술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교실 밖을 나가 미술관에 다녀오라는 숙제를 내줬습니다. 미술교육학과를 갓 졸업한 선생님은 교과서에 실린 인쇄된 미술작품만 보는 아이들에게 미술작품 속 놀라운 세계를 열정을 다해 알려주고 싶어서 미술관에 전시 된 작품을 그대로 그려오라는 숙제를 내준 것입니다. ‘미술의 맛’을 제대로 알게 될 것이라는 선생님의 기대와 달리 학생들은 지루한 미술관에 가는 것이 즐겁지 않았습니다. 5명씩 모여 선생님이 정해준 미술관을 방문했고, 이 중 한 팀은 90년대 초 당시 중앙일보 건물에 있던 호암미술을 가게 됐습니다.

어느 작가의 작품 전시인지 관심도 없이 들어선 미술관에는 3-4m 남짓한 벽면을 가득 덮은 거대한 얼굴 그림이 걸려 있었습니다. 움푹 파인 볼의 초췌한 얼굴, 비명이 들리는 듯 절규가 쏟아지는 입, 입 앞에는 실제 프로펠러가 달려있어 입 밖으로 나온 비명이 다시 들어가 듯 보였습니다. 그저 초록 나뭇잎, 갈색의 나무둥걸이나 그린 풍경화와 사과, 꽃병을 그린 정물화 정도만 보고 그려 온 학생들에게 ‘예쁘지 않은 그림’은 충격이였습니다. 나중에 그렇게 넋을 놓고 본 작품이 ‘로버트 롱고(Robert Longo)’라는 작가 것 임을 알게 됐습니다.

이 작품과의 만남 이후 5명의 학생 중 한 명은 미술대학에 진학해 매일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이유로 큐레이터가 되었습니다.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책 한 권에 인생 방향을 바꾼 주인공 제레미 아이언스를 보며 옛날 ‘로버트 롱고’의 작품을 처음 본 순간이 점점 더 생생해 집니다.

비가 쏟아지는 출근길 다리 위에서 자살 시도를 하듯 위태로워 보이는 빨간 코트의 여인을 도와준 제레미 아이언스 는 그녀가 흘리고 간 책을 보다가 책에 꼽힌 리스본행 열차 티켓을 발견합니다. 그녀에게 찾아줄 생각으로 리스본행 열차역으로 갔지만 그녀를 만나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홀린 듯 홀로 열차를 탑니다. 이렇게 읽게 된 책 <언어의 연금술사>는 아마데우 프라두라는 작가가 쓴 글입니다. 학교에서 고전문학을 가르치던 제레미 아이언스는 책에 써있는 삶에 대한 문구 하나하나에 깊이 공감하며 작가 아마데우를 찾기 시작합니다. 의사로 살아가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혁명가로 또 문학가로 살았던 아마데우는 젊은 나이에 이미 죽었지만 마지막 순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산 그를 상상하며 제레미 아이언스도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리스본에 남습니다.

때로는 거짓말처럼 책 한 권, 영화 한 편, 작품 한 점에 인생 전화점을 찾습니다.

우리 모두 변화에 대한 갈망을 품고 있습니다. 단지 의식하지 못한 채 품고만 있거나 매일 반복 되는일상의 안정감을 버릴 수 없어서 변화를 시도하지 못할 뿐입니다. 때로는 작고 사소한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인생을 바꾸는 ‘결정적 순간’으로 터지기도 합니다. 이 도화선으로 작품 한 점, 책 한 권, 영화 한 편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여기에 자신을 자연스럽게 대입하다 보면 어느 새 ‘나의 인생’을 한 발 떨어져서 보게 되고, 그간 의식하지 못했던 변화를 눈치채게 됩니다.

‘나를 찾기 위해, 마음의 힐링을 위해’ 멀리 여행을 떠나거나 오랜 계획을 세우다가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이번 주말에 책, 영화,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광화문을 찾아 보면 어떨까요. 교보문고에서 책 한 권을, 씨네큐브에서 영화 한 편을, 그리고 일주.선화갤러리에서 작품 감상을 추천합니다.

작품 한 점으로 만나는 결정적 순간

2014.07.03

일주&선화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