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미술 연속 기획전 3 : 황금 DNA
2013.04.11 - 2013.05.31
일주&선화갤러리
감독과 배우로서의 작가, 기록으로서의 사진
사진은 현대미술을 이해하기 위한 알파와 오메가입니다. 1839년 사진의 발명은 회화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촉발하며 모더니즘 시대의 수많은 이즘(ism)을 태동시켰습니다. 행위(performance)와 이벤트, 해프닝, 일시적인 설치 등을 사진으로 기록하여 전시하는 것이 가능해 지면서 미술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현대미술이 난해하다고 여겨 지는 것은 이렇게 다양해진 미술의 내적, 외적 지각변동 때문입니다. 더불어 오늘날 사진기술의 발달로 ‘잘 찍는 기술’은 더 이상 작가들만이 구현하는 것이 아니기에 단지 잘 찍었다고 해서 작품으로서의 지위가 보장되지도 않습니다.
<황금 DNA> 두 번째 전시에서는 기술의 숙련이 아니라 지적 사유로서 회화작업을 하는 박미나와 정수진의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이번 세 번째 전시에서는 단순히 찍는(take) 사진이 아니라 만드는(make) 사진으로서 니키 리와 정연두의 연출 사진들을 보여 주고자 합니다. 2000년대 초반 니키 리는 시리즈로 뉴욕 미술계의 ‘무서운 아이’로 떠올랐습니다. 다양한 하위문화들을 직접 체험하고 기록한 시리즈 작업은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문화적 층위의 다양성을 보여 주면서, 동시에 정체성이 고정적인지 학습 가능한지를 반문합니다. 시리즈 작업은 세계 여러 도시에서 길거리 화가들이 그려 준 작가 자신의 초상화를 겹쳐져 보이도록 합성, 촬영한 것으로 각 도시마다의 특징이 묘하게 드러납니다. 반면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2007)’ 역대 최연소 수상자였던 정연두의 초기 작업 <내 사랑 지니>와 <원더랜드> 시리즈는 평범한 젊은이들의 꿈이나 유치원생의 그림을 가설 무대와 분장으로 구현하고 사진에 담은 작품입니다. 거기에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아직도 꿈을 꾸고 상상의 나래를 펴는 인간에 대한 작가의 따스한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작가 정연두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 무대와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모델을 캐스팅하여 작업을 완성하는 일종의 감독형 작가입니다. 니키 리는 낯선 문화 집단 속에 들어가 수주 또는 수개월간 그들의 삶을 체험하면서 그 문화에 동화된 자신의 모습을 담는 배우형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은 이들의 작업을 기록(document)할 따름입니다. 미술사학자 강태희는 “과장되고 연출된 리얼리티를 사진이라는 가장 ‘리얼’한 매체를 통해서 표현하는 것은 종래의 사진 문법을 의도적으로 해체하고 전혀 새로운 사진 읽기의 틀을 요구한다”고 했습니다. 사진이 그렇듯 현대미술은 무릇 드러난 매체의 표면보다 그 배후와 이면을 더욱 잘 살펴야 합니다.
글. 이승현
– NIKKIE LEE –
뉴욕 대학원 사진학과 재학 당시 펑크, 레즈비언, 히스패닉 노인 등 집단문화에 분장하고 들어가 수일 또는 수개월간 함께하면서 스냅사진으로 촬영한 작품 선보임. 이후 뉴욕PS1 현대미술센터, 이탈리아 테세코 미술재단, 뉴욕 DC 무어 갤러리 등 다수의 전시. 뉴욕 현대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워싱턴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영구 전시.
“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느냐가 내겐 더 중요하다”
작가의 대부분의 작품이 작가 자신이 사진에 찍히는 방식, 찍힐 사람들 과의 관계에 대한 부분이였다면 <레이어스 Layers>는 각 나라와 도시별 무명의 초상화가들이 그린 작가의 초상화 세 점을 겹쳐 놓은 작품 입니다.
– YEONDOO JUNG –
음식 퍼포먼스 ‘엘비스 궁중반점’(1998. 성곡미술관), 사교댄스를 퍼포먼스와 평면작품으로 표현한 ‘보라매댄스홀’(2001. 대안공간 루프) 등 다양한 작품세계로 국립현대미술관 최연소 ‘올해의 작가(2007)’ 선정. 뉴욕 현대미술관 및 삼성미술관 리움, 일본 후쿠오카 미술관, 알렉산더 칼더 재단 외 작품 소장. 베니스 비엔날레, 리버풀 비엔날레 외 다수의 전시 개최
“판타지 없는 삶은 건조하고 삶이 배제된 판타지는 공허하다.”
아이들의 꿈을 담은 <원더랜드 Wanderland> 연작은 정연두 작가가 넉 달 동안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이 아이들의 그림 속에 담긴 세상을 사진으로 옮긴 작품입니다. <내 사랑 지니 Bewitched> 연작은 주유소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신나게 일하고 있는 소녀를 보면서 “저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걸까?”라는 물음에서 시작 되었습니다. 1960년대 미국 인기 드라마였던 ‘내 사랑 지니’의 주인공 처럼 정연두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꿈을 사진 이미지로 실현 시켜 준 작품입니다.
한국 현대 미술 연속 기획전 3 : 황금 DNA
2013.04.11 - 2013.05.31
일주&선화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