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꿈
2009.09.25 - 2009.10.18
일주&선화갤러리
염세적 세상보기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하면 누구나 도망치려 할 것이다. 하지만 고통은 반복되고, 어찌해도 피할 방법이 없다면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심리학자 Martin E.P.Seligman의 개를 통한 실험은 이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준다. 두 칸으로 나뉜 우리의 한쪽 바닥에 전기장치를 설치하고 개를 넣는다. 전구에 불이 들어오고 몇 초 후 우리 바닥에 전기가 들어오면 고통을 받은 개는 옆 칸으로 피한다. 몇 번의 실험을 거치면 개는 전구에 불이 들어온 것을 보고 전기충격을 받기도 전에 옆 칸으로 피한다. Seligman은 여기서 더 나아가 개를 옆 칸으로 피하지 못하도록 꽁꽁 묶 는다. 개는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것을 보게 되고 뒤이어 전기충격을 받으면서 고통스러워 한다. 개는 이미 전구에 불이 들어온 것을 보고 자신에게 닥칠 고통을 예견하며 더욱 공포에 사로잡힌다. 이런 상황이 반복된 후 개를 풀어줬을 때 어떻게 되었을까?
풀어 주자마자 바로 옆 칸으로 도망쳤을 것 같지만, 실험의 결과는 달랐다. 개를 풀어준 후, 다시 전구에 불이 들어 오고, 전기가 바닥에 흘렀지만 개는 옆 칸으로 도망치지 않았다. 그간의 반복된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저 고통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음을 개는 배웠던 것이다. 더이상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게 된 무기력을 익 힌 것이다. 우리 삶에도 어찌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상황이 일어난다. 인간의 삶이 이뤄지는 사회라는 조직 안에서 도, 약자와 강자라는 관계를 통해 고통은 일어난다. 이 관계에서 벗어날 수도 없고, 이로써 일어나는 고통을 피할 수도 없다. 전쟁, 테러, 사회, 정치적인 강자와 약자, 지배자와 지배받는 자, 먹고 먹히는 관계가 끝없이 이어진다. 작가 고영미는 이런 관계와 여기서 발생하는 약자의 학습된 무기력을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아름다운 겨울에서 슬픔을 보다>, <인생은 아름다워> 등 이전 전시에서 보여준 작품과 <한여름 밤의 꿈>으로 이어진 이번 일주아트에서의 전시를 통해서 작가는 처절한 현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작가가 행하는 보여줌은 행동이 없는 무기력, 무력함과는 다르다. 무력함에 길들여져, 고통스러운 상황에 익숙해져 그저 받아들이는 약자에게 자신의 현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실적인 표현의 묘사가 아닌 반어적인 표현의 극적인 대비를 통해 보여주기에 더욱 현실적으로 보여진다) 작품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사슴 두 마리는 뒤에 암사 자가 호시탐탐 노리는 상황에서 도망가기는 커녕 번식행위를 한다. 하지만 이들의 행위에 즐거움은 없다. 그저 자연 의 섭리일 뿐이기에…. 암사자 역시 육식하는 동물이기에 사슴을 노린다. 흐르는 강물처럼 이들의 관계는 당연한 것이며 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교미할 때이고, 이런 노려지는 상황은 언제나 있는 반복된 상황이므로 사슴은 도망갈 생각조차 않고, 그저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
작품 <삶과 죽음은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에 서는 까마귀가 검은 날개를 펼치고 노리고 있음에도 하얀쥐는 그저 풀 사이를 지나치고 있다. 기존 고영미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던 미사일, 전투 기, 독수리 처럼 빠른 속도감으로 곧 직선을 그리며 다가올 것 같던 강자(强者)는 좀더 대상을 직시하며 암연(暗然)으로 다가온다. 이렇듯 고영미 작가의 작 품은 약자에게 무력함을 마주 보도록 한다. 여전히 도망갈 곳이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그래도 무기력하게 있으면 안되지 않냐고, 그냥 이대로 받아 들여도 좋으냐고 말을 건넨다. 작가 역시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은 없지만 그래도 그림을 그림으로서 그 저 무기력하게 있지만은 않겠다고 그렇게 보여준다.
– KO YEONGMI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현재 경인교육대학교 강사, 고양문화재단 다문화가정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강사
개인전
주요 단체전
이륙 離陸_Aim High_중앙미술대전 역대 선정작가 특별전(한가람미술관, 서울)
삼랑성 역사문화축제_강화별곡 : 살어리 살어리랏다(부평 역사박물관, 인천)
한국국제아트페어 KIAF(코엑스, 서울)
상해아트페어 (상해무역센터, 중국)
이외 다수
수상 경력
한여름밤의 꿈
고영미
2009.09.25 - 200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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